달콤한이야기/백스테이지(100%STAGE)

얀 샤우덱 사진展

토모케이 2012. 7. 20. 00:46

 

 

"에고, 쯧쯧!"

나이 지긋한 여성이 인사동 거리의 배너를 보고 혀를 찬다. 

생경한 이미지. 로맨티시즘과 에로티시즘 사이. 19금 전시회.라는 호기심 가득한 타이틀 속에 열린 전시회는 바로

<얀 샤우덱 사진展>이었다.

 

www.saudek.co.kr

 

 

 


얀 샤우덱 사진전

장소
인사아트센터
기간
2012.05.26(토) ~ 2012.07.15(일)
가격
일반 8,000원
글쓴이 평점  

 

 

 

얀 샤우덱은...

1935년 체코 프라하에서 출생, 나치 치하의 어두운 어린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1963년 첫 개인전 이후 그의 작품은 계속해 포르노그라피라는 오해와 비난을 받았으나, 계속된 노력들로 결국 그는 1990년 프랑스 정부로부터 "문화예술 공로훈장 기사장 Chevalier des Arts et des Lettres"을 받는 영예를 안았다. 

 

현재, 그의 사진은 세계사진사 발전에서도 독특한 위치에 서 있으며 어떠한 장르에도 속하지 않는다는 평을 받고 있다. 

 

 

개인적인 기억에 따르면 얀 샤우덱의 작품은 사진 60년 이라는 전시회를 통해 이미 살펴본 바 있는 듯 하다. 그러나, 이번 전시회 관람이 더욱 뜻 깊은 것은 얀 샤우덱 이라는 작가의 160여 점 대표작을 모두 살펴 볼 수 있는 자리였다는 점이다. 얀 샤우덱의 인간을 예술로 그대로 바라본 독특하면서도 깊이 있는 사진관을 엿볼 수 있었다.

 

싸움

"남자의 땅이 있고,
여자가 사는 땅이 있다.

그리고 이 두 세계 사이에는 전쟁이 일어난다.
그리고
거기에는 끝이 없다..."

 

 

그의 주제는 사진만큼이나 강렬했는데, 서사, 인간가족, 싸움, 팜므파탈, 인생극장이라는 대 테마가 이야기책을 넘기듯 전시되어 있었다. 인간 그대로의 모습이 생경해서 그 이미지 자체도 충격이었지만, 자세히 그 작품들을 들여다 볼수록 미소가 지어지는 것은 얀 샤우덱 만의 위트와 인간애 때문일 것이다.

 

 

전시장 한 가운데를 차지한 의자에 붙어 있는 것은 A4지에 쓰여진 "앉지 마시오"

 

작품 제목에 potarait (초상, 묘사) 란 단어를 많이 썼는데, 처녀의 초상, 아름다움의 묘사라는 제목들이 강렬하게 이미지들과 어울리면서도 상반된 느낌을 전달해 주어 작가만의 위트와 어감을 느끼게 해주었다. 이러한 장치는 여타 작품에서도 드러나는데, 예를 들어 pieta 라는 제목의 작품은 젊은 여성이 너무나 도도하게 젊은 남성을 가로로 들고 있어 도전적인 인상을 풍기고 있다. Queen&Jack에서는 한 여성의 모습이 남장을 한 사람의 모습과 트럼프카드의 비주얼처럼 대비를 이루고 있어 압축된 표현을 구사한다.

 

 

그의 사진은 자칫 외설스러워 보이지만, 그의 세계에는 여성이 먼저 있고, 남성이 있다. 가족이 있고 인간이 있다. 작가는 사진의 모델들에게 애정이 큰 듯하다. 그 많은 작품들 속에 모델들은 같은 인물일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그 스스로 등장하는 것 또한 망설이지 않는다.

 

 

잃어버린 천국

 

"그들은 내 사진들이 더 쓸쓸하다고 반대한다.
하지만 인생이 그러하지 않은가?

우리 주변에는 죽음과 상처와 재난이 존재한다.
일상의 현실과 비교하면
내가 보여주는 것들은
단지 소망에 찬 달콤씁쓸한
꿈일뿐이다...

목가적인 전원시.."

 

 

그는 사진에 입혀진 색들 때문에 사진에서 유화적인 느낌을 받았다. 몽환적이며 현실적이지 않다. 날 것의 인간을 다루면서도 그의 인간이 포르노그라피가 아니고 아름다운 것은 그의 사진에 이야기가 있고 이제껏 시도되지 않았던 여러 표현들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사진을 모르는 것이 안타까워 문외한의 감탄만 쏟아내고 나왔지만, 감동은 진짜였다. 

 

 

 

 

인사아트센터에는 비가 왔다. 근사한 날씨에 더없이 어울리는 전시회였다. 다만, 전시 마지막연휴에 참가하게 된 것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아직 홈페이지를 통해 그의 대표작들을 볼 수 있으니, 아쉬운 마음 달래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