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이야기/보석글상자

구사나기 유의 [당신이 그만 두라고 조를 때까지]

토모케이 2014. 3. 12. 23:05

욕망은 결코 중간에 멈춰 서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당신이 그만두라고 조를 때까지

저자
구사나기 유 지음
출판사
달밤 | 2014-01-0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한 해에 ‘일본 관능문고대상’ 대상과 금상을 더블 수상한 관능문...
가격비교

 

이야기에 앞서 작가가 내뱉듯 문두에 적어 놓은 글귀에 섬찟 놀라게 된다.

 

욕망의 굴레를 이처럼 잘 표현한 것이 있을까.

매우 추잡해 외면하고 싶은 것이지만,

한 성인으로서 살아있다는 오롯한 의미를 던져주는 의미이기에

욕망은 버려둘 수 없는 것이다.

 

일본 관능소설의 가히 천재적 작가로 불리워지며

2005년 관능문고대상, 2010년 이 관능소설이 대단해 대상을 수상한

구사나기 유.

 

그의 문학이 대단한 것은

요염하고 들척지근한 성인의 문학을 그렸기 때문이 아닌,

그의 압도적인 필력과 작품성에  있다.

 

무조건적인 나체가 아닌,

인간 심리에 기대 개연성있게 펼쳐지는 에로틱의 세계를 애모하는 여성독자들을

한 번에 사로잡을 만한 인물인 것.

 

그런, 구사나기 유의 신작이 3편 연작으로 나왔다고 했을 때의 호기심은

숨겨둔 욕정처럼 달콤한 것이었다.

 

연작의 세 표지는 기모노의 자락처럼 꽃무늬를 새겨넣은 것으로 아름답다.

옛 모노가타리처럼 숨겨진 금서같은 분위기를 더하기도 한다.

 

19세 미만 구독 불가 스티커가 도리어 운치를 더하는 듯.

 

두께에 비해 가볍고 컴팩트한 사이즈가 들고 다니면서 책을 펼치기에도 부담없다.

붉어진 얼굴을 굳이 부끄러워 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이야기는 대기업 직원 사우치 게이이치가

젊은 남자와 바람을 피우는 아내 다카코의 불륜 정사 소리를 들으며

자위를 하는 장면부터 시작된다.

 

그는

의사 집안에서 곱게 자라 의사와는 결혼하기 싫어 맞선자리에 나온

아내에게 한눈에 반했던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서서히 꽃피웠던 신혼의 달콤함과 무르익어 가는 중년의 잠자리까지...

그가 아내에게 얼마나 빠져있었는지가 애잔하게 기술된다.

 

그러나 그의 지방 발령으로 그의 가족은 무너지기 시작한다.

아내는 사치끝에 불륜을 시작하고

아들 도모키는 입시에 실패하며 집안에 틀어박혀 아버지에게 폭력까지 휘두른다.

 

무언가 바꿔볼 힘없이 게이이치는 무력하다.

부부간에도 5년이란 시간동안 섹스는 없다.

 

그 앞에 아들의 가정교사 리노라는 노란색 미니스커트를 입은 젊은 여성이 나타난다.


 

남성의 목소리로 구술되어 있고, 남성의 판타지를 담은 면이 많이 보인다.

 

야하다기 보다는 변태스러운 면도 보인다.

그런 만큼 철저하게 무너지는 남성성을 보이고 있다.

욕망이 단절되어 존재 이유가 사라진,

그를 둘러싼 가정의 근간조차 무너져버린...

 

무라카미 류 문학의 허무함이나 혼돈 같은 좌절된 욕정이 아닌,

갈망했으나 꺾여져 붕개되어 버린 욕망이 문학 내에 흐른다.

 

 

구사나기 유의 이번 작품은

성행위에 대한 상상의 끝을 자극하는 것은 물론

인물의 세세한 표현이 훌륭해 어서 다음 작품이 기다려 진다.

 

 

 

게이이치가 팔을 뻗어 그녀를 붙잡은 것은 조건반사였다. 그저 리노의 고백 같은 말에 충격을 받아 망연자실한 상태였기 때문에 그런 것뿐이었다. 하지만 한 번 붙잡으니 놓기가 싫었다. 그것은 자신의 뜻이었다. 품 안에서 싱그러운 존재감을 발휘하는 스물네 살의 육체를 끌어안지 않고는 배길 수 없었다. 본능이 품에 안으라고 명령했다. 강풍 속임에도 불구하고 넘실거리는 달착지근한 젊은 암컷의 향기에 게이이치의 수컷이 눈을 떴다.

 

 

어둠 속에서 촉촉하게 요사스러운 광택을 발하며 독살스러울 정도로 붉게 물든 입술, 그 입술이 벌어졌다 닫히는 움직임에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았다.

 

 

- 구사나기 유의 <당신이 그만두라고 조를 때까지>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