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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모케이 2016. 6. 23. 20:45

출처: http://news.korean.go.kr/view.jsp?category=6&idx=10448


토박이가 풀어 놓는
진주 같은 목포 방언


얼마 전 KBS 인기 예능 방송에서 ‘목포 크루즈 여행’이, 음악 방송에서 ‘목포의 눈물’로 유명한

‘이난영 탄생 100년’ 특집이 방영되며 다시 한 번 목포 지역이 주목받았습니다.

아름다운 경관과 문화 예술의 본고장인 만큼

목포의 방언 또한 독자적인 색깔과 정서를 품고 발달해 왔습니다.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방언 속에서 목포 토박이들의 자긍심과 그리움을 꺼내 봅니다.


소녀들이 ‘자그르’ 웃었던 시절


목포의 방언에는 지난 시절의 추억과 정경을 떠오르게 하는 표현들이 많습니다.

‘자그르’는 소녀들이 낮은 소리로 한꺼번에 웃는 모양을 나타내는 방언으로

그 사랑스러운 모습이 저절로 떠올라 슬며시 미소를 짓게 만드는 말입니다.

떠들썩하게 시끄러운 모양을 나타내는 ‘작자글’이라는 방언과는 뜻에 차이가 있는 말인데도

소리가 유사한 것이 재미있습니다.

(초저녁에 동네 아래대미에서 작자글 떠드는 소리가 들렸는데 누가 싸웠나 무슨 좋은 일이 있었나.

/급우들을 작자글 웃기었던 것이다.)


조금새끼는 생인 것이 즈그 아부지를 탁했다
 
가난한 선원들이 모여 사는 목포 온금동에는 조금새끼라는 말이 있지요. (중략)
이 한꺼번에 태어난 녀석들은 훗날 아비의 업을 이어 풍랑과 싸우다 다시 한꺼번에 바다에 묻힙니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함께인 셈이지요.
하여, 지금도 이 언덕배기 달동네에는 생일도 함께 쇠고 제사도 함께 지내는 집이 많습니다.
그런데 조금새끼 조금새끼 하고 발음하면 웃음이 나오다가도 금세 눈물이 나는 건 왜일까요? (하략)

- 김선태 ‘조금새끼’ (《현대시》 2006년 1월 호)

 

온금동의 옛 마을 이름은 다순구미입니다.

 “따숩다, 따시다(따뜻하다는 뜻)”라는 전라도 방언이 합쳐진 이름입니다.

온금동은 성냥갑 같은 집들이 정겹게 다닥다닥 어깨를 붙이고 있는 바닷가 마을로,

목포의 가난한 선원들이 모여 살던 곳입니다.

‘조금새끼’는 ‘조금’이라는 물때를 맞춰 한꺼번에 생긴 온금동 아이들을 말합니다.

“조금새끼는 생인 것이 꼭 즈그 아부지를 탁했다.”라는 목포 방언의 뜻은

‘조금 때 가져 낳은 아이는 생긴 것이 똑 자기 아버지를 닮았다’는 뜻입니다.

조금새끼라고 불린 아이와 아버지는 얼굴뿐 아니라 대를 이어 가난한 선원으로 살아야 했던 운명까지도

똑 닮았던 것 같아 애잔한 마음이 듭니다.

슬픈 사연에도 불구하고 온금동은 유달산 기슭에 자리 잡아

목포 앞바다와 다도해가 한눈에 들어오는 아름다운 곳이기도 합니다.


‘더둥개질’만 해도 고기 바구리


유달산

갓바위

유달산, 갓바위, 삼학도 등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목포의 방언에는 자연과 연관된 말들도 많습니다.

‘더둥개질’은 물이 줄어들거나 물을 거의 뿜어낸 물웅덩이 등에서 맨손으로 더듬어서

돌 밑이나 수초 밑에 숨어 있는 물고기를 잡는 일을 말합니다.

유사한 말로는 ‘풍개질’이 있는데,

웅덩이나 냇물 일부를 막아 물을 뿜어내고 안에 갇힌 고기를 잡는 일을 말합니다.

(나같이 재간 없는 놈은 막고 품는 풍개질 이상 학실한 고기잽이는 없어.)
 

목포에서 ‘개웅’은 갯벌 사이로 난 작은 배가 드나들 수 있을 정도의 물줄기를 말하고,

‘깔따구’는 목포 특유의 곤충을 말합니다.

‘몬지자락’은 여름날 땅에 먼지만 일지 않을 정도로 뿌린 소나기를 말합니다.

모두 목포만의 특색 있는 자연을 독특하게 표현하는 방언들이기에 매력을 더합니다.
  목포의 방언은 고향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가 하면,

지역의 슬픈 근대사가 배어 있기도, 자취를 감춰 가는 자연의 독특함을 담고 있기도 합니다.

토박이들만이 느낄 수 있는 방언의 색깔과 가치를 글로만 남기기에는 늘 부족함이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더 꺼내 보고 닦아 우리의 소중한 언어 유산을 지켜 나가야겠습니다.


삼학도

 

1) 문일석(文一石) 작사, 손목인(孫牧人) 작곡, 이난영(李蘭影) 노래의 대중가요.
1935년에 발표되었다. 그해 초에 『조선일보』에서 향토 노래 현상 모집을 했고,

거기서 당선된 가사에 곡을 붙여 9월 신보로 발매되었다.
1936년에 일본에서도 음반이 발매되었고, 애상적인 멜로디는 일본인에게도 적지 않은 사랑을 받았다 한다.

모두 3절로 된 노랫말의 1절은 다음과 같다.
사공의 뱃노래 가물거리며 / 삼학도 파도 깊이 숨어드는 때 /

부두의 새악시 아롱져진 옷자락 / 이별의 눈물이냐 목포의 설움
4분의 2박자, 라단조, 약간 빠른 빠르기의 자유로운 형식의 곡이다.

“삼백 년 원한 품은 노적봉 밑에 님 자취 완연하다……”로 시작되는 2절의 가사가 문제 되어

가사지를 인쇄할 때에는 고친 가사를 표기하기도 했다.

작사자와 가창자가 모두 목포 출신인 이 곡은 일본식의 곡풍을 지녔으나

지금도 끊임없이 불리고 있는 곡 가운데 하나이다.

이 곡을 기념하기 위한 한국 최초의 대중가요 노래비가 목포의 유달산 중턱에 세워져 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2) 「명사」
조수(潮水)가 가장 낮은 때를 이르는 말. 대개 매월 음력 7, 8일과 22, 23일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