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시

그대가 생각났습니다

토모케이 2005. 7. 28. 13:50
그대가 생각났습니다    

                                    
이해인

햇살이 맑아 그대가 생각났습니다.
비가 내려 또 그대가 생각났습니다.
전철을 타고...사람들 속에 섞여 보았습니다만 어김없이 그대가 생각났습니다.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았습니다만
그런 때일수록 그대가 더 생각났습니다.
그렇습니다.
숱한 날들이 지났습니다만
그대를 잊을 수 있다 생각한 날은 하루도 없었습니다.
더 많은 날들이 지나간다 해도
그대를 잊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날 또한 없을 것입니다

장담할 수 없는 것이 사람의 일이라지만
어김업이 떠오르던 그대였기에 감히 내 평생 그대를 잊지 못하리라 추측해 봅니다.
당신이 내게 남겨준 모든것들..
그대가 내쉬던 작은 숨소리 하나까지도....
내 기억에 생생히 남아있는 것은 아마도 이런 뜻이 아닐는지요..
언젠가 언뜻 지나는 길이라도 당신을 만날 수 있다면
스치는 바람 편에라도 그대를 마주할 수 있다면

당신께..
내 그리움들을 모조리 쏟아 부어 놓고, 펑펑
울음이라도...
그리하여 담담히 뒤돌아서기 위해서입니다

아시나요...
지금 내 앞에 없는 당신이여..
당신이 내게 주신 모든 것들을 하나 남김없이
돌려주어야 나는 비로소 홀가분하게 돌아설 수 있다는 것을

오늘 아침엔 장미꽃이 유난히 붉었습니다.
그래서 그대가 또 생각났습니다.
 
 
 
*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 비가 옵니다.
  비 오는 하루지만 더위가 식어서 좋은 점도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