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작은 공연, <벌거벗은 임금님>
광운대학교 문화관 2009년 4월 25, 26일 11시/2시/4시
하필이면 공연을 보러 간 토요일에 비가 왔다. 처음 가보는 공연장이라 부랴부랴 서두른 것이 오히려 화근이 되었다. 비는 오는데, 밥 먹을 곳도 없고, 시간은 2시간이나 남아버리고...
4시 공연이었는데, 2시 공연을 볼 것 그랬다는 후회가 ^^;;
공연장은 의외로 찾기 쉬웠는데, 공연장 앞에 앉을 의자도 없고 쉴 곳도 없어 주변을 계속 배회하며 시간을 소일해야 했다. 아이즐00 이벤트로 오신 분들인지, 아이들 여럿을 데리고 온 한 여자분은 관계자와 계속 언성을 높이고 있었다.
ㅠ- 괜히 왔나?
후회하며 커피 한 잔을 마시니 공연 시작할 시간이 되었다.
그런데, 의외로 공연이 교육적이고 적당히 흥에 겨운 것이 괜찮았다.
적은 관객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하는 배우들의 열의가 멋졌다.
한 나라의 임금이 나라일은 보지 않고 옷만 만들다가, 착한 사람들에게만 보이는 멋진 옷이라는 사기꾼 말에 속아 벌거벗어 비웃음거리가 된다는 내용의 <벌거벗은 임금님>.
이번 뮤지컬은 동화 내용 그대로를 편안하고 유익하게 전달해주어, 어린 나이의 아이를 둔 부모라면 누구나 반길 만한 공연이었다. 시끄럽거나 공격적이거나 자극적인 내용으로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내용이 전혀 없었다.
또한,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내용에 노래와 율동이 적절히 가미되어, 아이들이 쉽고 즐겁게 박수치며 관람할 수 있었다.
단지, 공연장 자체도 어른 위주(?)여서 아이쿠션을 두개나 놓았는데도 아이는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좋은 자리라고 좋아했었는데...ㅠㅠ...좋은공연인데, 공연 관계자들의 노력이 공연장 여건으로 호응을 반감시켜,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1시간의 충실한 연극을 보고, 아이는 신이 나서 공연장을 나설 수 있었다. 벌거벗은 임금님이 너무 웃기다고 웃어댔다. 나도 2시간 어이없이 기다린 피로가 사르르 풀렸다.
부디, 좋은 연극들이 좋은 여건에서 좀더 발전할 수 있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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