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이야기/보석글상자

정채봉의 생각하는 동화5. 이순간

토모케이 2010. 9. 3. 23:25

 

 

가을의 기운이 도는 서점에 또 수많은 책들이 널렸다.

두근두근 고른 숨을 내쉬는 책들 속에서 나는 그리운 책 하나를 생각한다.

 

어른과 아이의 감성을 두루 거쳤던 정채봉 선생님은

애니메이션으로 창작된 바 있는, <오세암>을 비롯해 국내 손꼽히는 동화작가셨다.

작고하신 그 분의 작품이 이제는 서점 한 켠으로 밀려남에 아쉬움과 그리움이 함께한다.

자극적이지 않고 교훈적인 마음을 흔드는 글들이었기에,

이 가을의 초입에 다시 한 번 그 분의 이야기들이 읽혀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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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좀' 병

(정채봉의 생각하는 동화5. 이순간 中)

 

성년이 된 그에게는 소박한 꿈이 있었다.

그것은 행복한 가정을 꾸며보는 것이었다.

그는 꿈을 이루기 위해 결혼을 하였다.

이내 아기가 생겼다.

그는 처자식을 가졌으므로 집이 있어야 했다.

간신히 집을 장만했다.

집이 있고 보니 이번에는 남들처럼

가족이 함께 탈 차가 필요했다.

드디어 차를 샀다.

차를 사서 움직여보니 돈이 '더 좀' 있어야 했다.

그때부터 그는 '더 좀'을 연발했다.

집을 '더 좀' 넓히고,

차를 '더 좀' 큰 것으로 바꾸고,

품위 유지가 '더 좀' 필요하고.

'더 좀' 때문에 바깥 일이 바쁘다보니

자연 집안일에는 '더 좀' 무관심해져갔다.

나중에는 숫제 하숙하는 사람 같았다.

간혹, 불평하는 갖고들에게 그는 이렇게 말했다.

"더 좀 잘살기 위해서 이러는 것이니 참으라."

그런데 '더 좀' ' 더 좀' 하다보니

나중에는 빚을 얻어야 했다.

'더 좀' 끗발을 부리기 위해서는.

그런데 어느 날 '더 좀'이 견디다 못해

폭발하고 말았다.

부도가 난 것이다.

파도는 사정없이 달려와서

그의 가정까지도 무너뜨렸다.

그는 빈터의 주춧돌 위에서 생각해 보았다.

"왜 '더 좀' 병에 걸렸었지?

부자, 품위, 차, 집하고 관계가 있지.

그런데 처음 목표인 행복한 가정에는

필요 없는 것이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