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이야기/보석글상자

글로 듣는 음악동화, <검고 소리>

토모케이 2010. 2. 21. 01:59

 

처음 책을 들었을 때는 삼국사기의 거문고를 모티브로 한 동화라기에,

다소 지루한 듯한 인상을 받았다.

하지만, 책을 후루룩 넘기는 순간 <하얀눈썹 호랑이>의 백대승 씨가 그린 힘찬 그림이

마음을 휘잡아 버려 책을 안 읽을 수가 없었다.

 

일러스트는 환상적인 공간을 창조해 내면서도,

옛 이집트의 삽화같은 구도를 통해

권력 관계, 이야기의 중심 관계를 회화적으로 풀어놓는다.

또는 어두운 배경과 스크래치 기법을 통해 표현된

환상적인 음악연주 장면들은 이야기의 신비감을 더한다.

 

그러나, 삽입된 일러스트에 못지 않게

이야기의 구조가 탄탄함에 또한 놀라게 되는 책이 바로 이것이다.

초등생을 대상으로 한 만큼,

큰 반전이나 마지막 부분의 웅장함이 덜하긴 하지만,

이야기 내내 마음을 순화시키는 음악을 듣는 듯

서정적이고 부드러운 설화 속에 빠져버리는 듯한 착각을 가지게 된다.

 

<검고 소리>는 음악을 사랑하는 가우리나라와 전쟁으로 세워진 허허벌판 나라를 배경으로,

칠현금과 거문고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실제로 칠현금에서 발전하였다는 거문고의 탄생설화를 창작화 한 내용인 것이다.

후에 만들어졌다고 해서,

거문고를 칠현금보다 못한 악기가 아닌

그 우위의 위치에 서게 한 작가의 구성이 뛰어나고, 마음에 든다.

또한 음악의 원천적인 힘에 대해서 잘 이해하고 이야기를 풀고 있는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 역사서는 아니지만,

작가의 국악에 대한 이해와 필력이 잘 배합된 내용으로,

아이들에게 우리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계기가 될 만한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해을마을과 허허벌판 나라를 배경으로

다루라는 소년의 성장과 모험을 함께 이야기하고 있으니,

무대 공연으로의 모티프로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는 기대를 가져본다.

 

아이가 없는 어른이라도,

<검고 소리>를 열어, 그 속에 담긴 음악을 상상하고, 한번 심취해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