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이야기/세상이야기

국립민속박물관 방학나들이로 괜찮네~

토모케이 2014. 12. 28. 17:59

경복궁은 두어 번 가본 적이 있다. 삼청동은 주말마다 간 적이 있더란다. 최근에 생긴 국립현대미술관조차도 아이들과 일부러 찾은 일이 있다. 그런데, 국립민속박물관이 그곳에 있었던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우리 민족의 세시풍속에 관심이 없다보니 자연스럽게 찾지 않았던 듯하다. 그러다가 아이가 곧 한국사를 배우는 5학년이 되어 공부 겸 나들이 겸 찾은 국립민속박물관은 도심 속 보물섬을 만난 듯 반가운 곳이었다.

 

 

기억을 열어보다! 어른들의 놀이터!

일단 경복궁 주차장을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어 가족나들이 장소로 최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2시간에 단돈 2천원. 삼청동 유료주차장과 비교하면 훌륭하다고 말할 수밖에.

고궁의 돌담길을 걸어 만난 정문의 한국민속박물관이라는 표지물 앞에는 사진을 찍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즐비하다. 눈높이에 설치된 표시물이 멋스러워 내 마음이 되레 뿌듯했다.

별 기대 없이 들어선 국립민속박물관에서 먼저 눈에 띈 것은 온갖 장승들이었다. 띄엄띄엄 한자를 읽어보는 아이가 신기한 듯 살펴보았다. 그리고 효자각과 물레방앗간, 인쇄소, 전차까지...단숨에 4천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다방과 만화방은 어린 시절 잠시 경험한 바가 있어서 부모인 나와 남편, 아이는 오랜만에 긴 대화를 나눈 것 같다.

저건 아빠가 아는 만화야. 엄마는 외할아버지가 어릴 때 다방에서 요구르트를 사주신 적 있어. 50원짜리 운세 보는 기계가 테이블에 있었지 라며 아이는 아빠, 엄마의 시간을 공유한다.

놀랍게도 다방 안은 방문객들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쉼터이기도 했다. 메뉴판과 달리 자판기 커피를 한 잔 뽑아 마실 수 있게 되어 있는 곳이었지만, 추억을 되새기기에 충분한 공간이었다.

별들채 앞에 오니, 가족체험 행사인 청바지로 가방 만들기가 한창이었다. 기획전시와 맞물려 하는 행사인 것 같았다. 미리 홈페이지를 통해 접수하고 참가를 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라는 아쉬움이 짙어 졌다.

 

재미를 배우다! 아이들의 놀이터!

어린이박물관 앞 우스꽝스런 쓰레기통을 보고 아이가 현장체험 학습으로 온 곳인 것이 기억난다고 해서, 당황했다. 보낸 엄마도 기억이 없다. ^^; 하지만, 시간이 없어서 체험장까지는 이용해 보지 못했다고. 한두 번 방문으로는 국립민속박물관을 제대로 이용했다고 말할 수 없음을 느낀다.

하고 싶었다는 체험을 해 보기로 했다. 체험은 <해와 달이 된 오누이><똥 나와라 똥 똥>이 있었다. 체험 주제가 아이에게는 너무 어린 듯하여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체험을 신청했다. 어른 2명에 아이 1명 표를 끊으며 지갑을 여니, 매표소 직원분이 무료라고 하신다. 적정인원이 관람, 체험하게 하기 위해서 표를 끊는 것이라고 한다. 어머! 횡재다!

<해와 달이 된 오누이>는 말 그대로 해와 달이 된 오누이를 주제로 우리의 민속문화를 경험하고 배워보는 곳이다. 알록달록 키즈카페 같은 분위기에, 아이가 시시하게 생각하면 어쩌지 걱정이 됐다. 그런데 왠 걸! 아빠와 함께 신이 났다. VOD<해와 달이 된 오누이>부터 제대로 시청중이다. 얼른 쓱 훑어보고 다음 체험으로 가보고 싶어서 아이를 재촉하니, 엄마 나 이것 좀 하고 다음 거 할게 라고 오히려 엄마를 나무란다. 오히려 11살 나이에 제대로 어린이박물관을 홀릭중이다. 엄마인 내가 너무 빨리 빨리 더 배우라고 재촉만 해댄 것 같아 반성이 되었다.

전통문양도 따라 그려보고, 칠교도 해보고, 별자리도 만들어 보고 나서야 뿌듯한 마음으로 전시장을 나올 수 있었다.

요즘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화려한 증강현실 체험전시장이 많은데, 알차면서도 아기자기한 이 체험전이 좋았다. 이게 공짜라니...^^*

내침 김에 <똥 나와라 똥 똥>까지 체험했다. <해와 달이 된 오누이> 표를 끊을 때 아예 <똥 나와라 똥 똥>까지 체험 예약했다면 좋을 뻔 했다. 시간이 엇갈려 있어 연이어 이용이 가능하다.

<똥 나와라 똥 똥>은 똥을 주제로 아이들에게 건강한 배변습관과 식습관을 가르치고 있었다. 인체의 모양으로, 제주도 화장실 문화로, 게임으로, 동화책으로 아이들이 쉽고 재미있게 익힐 수 있도록 말이다. 작은 아이들은 깔깔대고 웃어대며 체험들을 경험하고 있었고, 쪼금 큰 우리 아이는 이제 똥이 그렇게 웃기진 않다며 형아티를 내며 쓱 관람할 수 있는 정도였다.

 

체험장 밖으로 나와 본격적으로 <국립민속박물관>을 관람하게 되었다. 평소 때라면 10분도 안 견뎠을 녀석이, 어린이박물관에서 체험을 즐겼던 마음 그대로 전시물을 즐겁게 바라보고 있었다. 핸드폰 앱다운을 통해 설명도 들을 수 있다니 다음 관람 때는 꼭 이용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