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님에 짠지 먹고저프다!
가을 식욕 부르는 서천 방언
http://www.urimal365.kr/view.jsp?idx=10756
올리브(O'live) ‘한식대첩4’(2016. 10. 5.) 방송 갈무리
최근 ‘티브이엔’(tvN)과 ‘올리브’(O'live)에서 인기리에 방영 중인 예능 프로그램 ‘한식대첩4’ 3회에서는 한 그릇에 담겨 있는 정성, ‘밥’을 주제로 한 일품 대전이 열렸습니다. 여기에서는 매일같이 우리의 밥상에 오르는 밥의 화려한 변신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충청남도 팀은 귀한 한약재인 맥문동을 넣어 아삭한 맛을 더한 약탕기 밥을 준비하고, 여기에 밥과 잘 어울리는 음식으로 충남 서천의 가을 제철 생선인 전어로 만든 회무침을 더해 호평을 받았습니다.
명품 식재료의 고장으로 서천이 자주 손꼽히는 이유는 예로부터 서천이 맛의 고장이었기 때문입니다. 이중환은 ≪택리지(擇里志)≫에서 서천을 ‘성주산의 서쪽 방향으로 오면 비인의 땅이 기름지고 더 서쪽으로는 큰 바다와 닿아 생선, 소금, 쌀에서 이득을 본다’고 언급하였습니다. 서천은 생활권은 충청도이지만 전북 군산과 접해 있어 전라도 문화의 영향도 많이 받은 곳입니다. 또 바다와 땅에서 나는 식재료가 넘쳐나는 풍요의 땅으로, 충청도와 전라도 문화가 만나 풍성한 음식 문화를 이뤄 왔습니다. 이런 이유로 서천 방언에는 음식에 대한 말 또한 다양하게 남아 있습니다.
소박하면서도 특별했던 음식 문화가 그대로
1.
그저니는 머글 꺼시 귀헝게 그늠 느쿠 팓 쪼매 느쿠 막 푹 쌀머서 그냥 머거써요. 오면 그냥 한 뿌리썩 머거써. 국뚜 혀 머꼬 배춛꼬리 그느미루 쓰러서 인저 국 끄리믄 토란꾹마냥 생겨가꾸 갠찬치오. 그러케두 머꾸.
(그전에는 먹을 것이 귀하니까 그놈 넣고, 팥 조금 넣고 막 푹 삶아서 그냥 먹었어요. 오면 그냥 한 뿌리씩 먹었어. 국도 해 먹고 배추꼬랑이 그것을 썰어서 인제 국 끓이면 토란국처럼 생겨서 괜찮죠. 그렇게도 먹고.)
근디 지끄믄 배춛꼬리를 날루 머글라고 다 배추 꼬리만 크는 거시 이써. 그거 그거 가라서덜 먹데유.
(그런데 지금은 배추꼬랑이를 날로 먹으려고 다 배추꼬랑이만 크는 것이 있어. 그거, 그거 갈아서들 먹데요.)
2012년 국립국어원 〈충남 지역어 전사 보고서〉에는 충남 서천군 마서면 지역의 발화 내용이 위와 같이 적혀 있습니다. 가난한 시절을 극복하기 위해 먹는 음식들에서는 결코 화려하진 않지만 서천 나름의 다양한 조리 방식과 풍취가 느껴집니다.
서천군 누리집 보도 자료
2.
서천 앞바다는 봄 주꾸미, 가을 전어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겨울이 다가오는 요즘이면 단연 ‘물메기’가 손꼽힙니다. 물메기는 꼼칫과의 물고기로 우리나라 바다 전역에서 나는데, 이 이름 그대로 부르는 지역은 거의 없습니다. 동해에서는 곰치, 물곰, 남해에서는 미거지, 물미거지, 서해에서는 잠뱅이, 물잠뱅이 등으로 불립니다. 물메기는 정약전의 ≪자산어보(玆山魚譜)≫에도 ‘맛이 순하고 술병에 좋다’고 적어 두고 있을 만큼, 조선 시대에도 즐겨 먹었다고 합니다. 서천 토박이들은 물메기를 생으로 먹기보다는 말려서 찌거나 탕을 해서 먹습니다. 회로는 식감이 부족한 물메기를 명품 탕으로 훌륭히 살려낸 솜씨도 서천의 소박하면서도 특별한 음식 문화를 담고 있다고 할 것입니다.
3.
‘김치’를 ‘짐치’라고 하는 충청도의 다른 지역과 달리 서천은 특이하게도 ‘김치’를 ‘(배차) 짠지’라고 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서천에서 ‘김치’는 고춧가루를 넣지 않고 담그는 물김치만을 가리킵니다. 반면 ‘간장’, ‘된장’, ‘소금’, ‘깍두기’, ‘콩나물’, ‘두부’, ‘비지’ 등의 음식명은 표준어와 같은 형태를 보입니다.
서천에서는 ‘고춧가루’를 ‘꼬춧가루’로, ‘고추장’을 ‘꼬치장’으로, ‘김장’을 ‘짐장’으로, ‘숙주’를 ‘녹두’로, ‘달걀’을 ‘달갈, 계란’으로, ‘새알심’을 ‘새샘이’, ‘백설기’를 ‘흰물이’, ‘막걸리’를 ‘막갈리’, ‘소주’를 ‘쏘주’, ‘부침개’를 ‘부치개’, ‘조밥’을 ‘스슥밥’, ‘누룽지’를 ‘누룽개’, ‘숭늉’을 ‘숭님’, ‘건더기’를 ‘건데기’ 등으로 부릅니다.
부엌에서 쓰는 도구에 대해서는 ‘가마솥’을 ‘가마솟‧큰솟’, ‘숟가락’을 ‘수제’, ‘젓가락’을 ‘저붐’, ‘종지’를 ‘종제기’, ‘보시기’를 ‘보세기’, ‘뚝배기’를 ‘투가리’라고 합니다.
서천은 땅에서 거둬들이는 수확물과 바다에서 거둬들이는 해산물이 풍요로운 지역입니다. 서천에 사는 사람들은 그 자연에 감사하고 소박하지만 정성스러운 밥상을 지으며 살아왔고 그 마음은 그들의 말 속에 남아 있습니다. 요즘 같이 찬바람이 부는 시기에는 그 따뜻한 밥상과 정성이 그 어느 산해진미보다 그리워지는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번 가을에는 서천 방언과 서천 먹거리에 푹 빠져 보는 것은 어떨까요?
1) 택리지(擇里志)[탱니-] 「명사」『책명』
조선 영조 27년(1751)에 이중환이 지은 우리나라의 지리서.
전국 8도의 지형, 풍토, 풍속, 교통에서부터 고사 또는 인물에 이르기까지 상세히 기록하였다. 1책. ≒팔역지.
2) 자산-어보(玆山魚譜) 「명사」『책명』
조선 순조 14년(1814)에 정약전이 지은 어류학서(魚類學書). 흑산도에 귀양 가 있는 동안 흑산도 근해의 수산물을 조사ㆍ채집하여, 어류ㆍ패류ㆍ조류(藻類)ㆍ해금(海禽)ㆍ충수류(蟲獸類) 따위로 분류하고 155종의 수산 동식물의 이름과 분포, 형태, 습속 따위를 기록하였다. 3권 1책.
올리브(O'live) ‘한식대첩4’(2016. 10. 5.) 방송 갈무리(http://www.lifestyler.co.kr/Content/View/48172?reffer=channelprogramview)
※ 참고 자료
한영목, ≪서천 지역어 연구 -서천 사람들의 말과 삶-≫, 서천문화원, 2007
한영목, 〈충남 지역어 전사 보고서〉, 국립국어원,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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