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이야기/女행상자 통신원

[스크랩] 청소년 문제를 바라본 현대무용, 빨간구두셔틀보이

토모케이 2013. 4. 11. 12:50

 

  지난 일요일 국립무용단의 <빨간구두셔틀보이> 드레스 리허설에 다녀왔다.

드레스리허설이란, 정식 공연 전 모든 장비와 분장, 의상 등을 갖춘 상태로 소수의 관계자들 앞에서 실제 공연과 같이 보여 지는 최종 연습 무대이다. 프레스 리허설과 같이 모든 촬영이 허용되는 유일한 무대이기도 하다. 특히, 이번 공연은 청소년 문제를 현대무용으로 다룬 새로운 무대인 만큼 기쁜 마음으로 참석하였다.  

 

- 21C 안데르센 빨간구두셔틀보이

공연기간: 2013.4.9(화)~4.13(토)

공연장소: 국립극장 KB청소년하늘극장

공연시간: 평일 14시, 19시30분 / 토 11시, 15시 

 

쌀쌀한 날씨에도 봄의 꽃바람을 즐기며 속속 관객들이 모여들었다. 정식 공연이 시작되기 전, 무대가 정비되고 무용수들이 준비하는 모습이 그대로 보여져 날 것 그대로의 무대를 기대하게 했다.

 

어둡고 아슬아슬 위험한 무대 천정 위 고치 안에 우리의 아이들이 있다. 디제잉된 기계음 사이사이 고민과 고통 속에 갇힌 아이들의 모습이 투영된다. 그 속에 한 할아버지가 빨간구두를 들고 나타난다. 이 극의 주된 뼈대는 할아버지의 모습으로 나타난 안데르센과 빵셔틀, 돈셔틀, 시험셔틀, 가방셔틀, 와이파이셔틀에 지친 왕따소년 셔틀보이의 대화이다.

 

옴니버스식으로 구성된 구조 속에서 소년은 눈의 여왕과 빨간구두의 카렌, 인어공주를 차례로 만난다. 무대 중앙 뒤편의 원구 속에서 눈의 여왕은 강렬한 아크로바틱 동작과 카리스마 넘치는 분위기 속에서 등장한다. 눈의 여왕은 동화에서 그렇듯이 강한 어머니이자, 소년에게 비뚤어진 시선을 심어주는 인물이기도 하다. 무대의 음침한 분위기가 슬픈 동화의 전조가 되었고, 꽤 긴 분량을 할애하며, 이 땅의 엄마로서의 죄의식을 고조시키게 한다.

 

삐뚤어진 시선을 가진 소년은 빨간구두를 탐하다 발이 잘린 카렌을 만난다. 여전히 빨간구두를 원하는 카렌을 동경하며, 소년은 욕망을 나르느라 발이 바쁘다. 결국 소년은 욕망과 좌절 속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고 또래 집단의 차별을 깨지 못하는 왕따였다.

 

물속의 인어공주는 환상적인 유영을 무대에서 보여주며 등장한다. 게다가 두 발로 걷는 인어공주. 강하고 밝은 이미지의 그녀이지만, 여전히 말을 할 수 없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소통 단절, 꿈의 좌절. 인어공주는 분명하게 소년의 아픔과 공명하고 있다.

 

모든 동화 속에서 깨어난 소년을 안데르센은 위로한다. 여전히 소년의 욕망을 대변하는 빨간구두는 남아있고, 소년의 현실과 문제는 바뀐 것이 없다. 이제 안데르센은 구두를 관객에게 돌려 보여준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해피엔딩의 동화는 없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현대무용은 어렵다는 공포심에 공연을 꺼렸는데, 의외로 새롭다. 언어가 배제된 무대다 보니 스토리텔링을 구성하고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기에 더더욱 신선한 접근과 새로운 감동을 느낄 수 있다면 그 무대는 성공적이라 할 수 있겠다. <빨간구두셔틀보이>는 무거운 주제와는 달리 화려함이 넘치고, 흥겨움이 가득한 무대이다. 무대를 보는 내내 화려한 사진을 수백 장 이어놓은 것 같은 인상을 받은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장면 하나하나가 눈으로 기억하기 아쉽다.

 

이러한 무대의 힘은 숨겨진 스태프들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워낙 국립극장 KB청소년하늘극장의 원형 무대도 독특하긴 하지만, 2012대한민국무용대상 대상 수상자 이경옥 안무가의 안데르센에 대한 진지한 탐구, 투애니원(2NE1) 뮤직비디오 속 이미지를 창출했던 팝아티스트 마리킴의 새로운 감각, 음악감독 김민경과 디제잉 수리의 클래식과 디제잉의 조화가 성공적인 융복합 무대를 꾸며 주었다.

 

아, 그리고 국내 최고의 무용수들의 실력을 빼 놓을 수 없을 것이다. (주요캐스팅: 안데르센/윤성철, 셔틀보이/이재화, 카렌/정현숙, 인어공주/이현주, 눈의 여왕/장현수)

 

 

공연 중에도 조명을 체크하며 목소리를 높였던 안무가가 객석질의시간이 되자 도망을 치려했다. 사회자의 만류에 자리에 앉으며 “이게 뭐냐고 물으실 거죠?”라며 뜻밖의 반문을 한다.

 

소탈하고 정직한 안무가는 오래도록 안데르센에 대해 생각하고 작업을 해 왔으며, 같은 맥락에서 안데르센이 어떻게 보면 자신과 같이 청소년기를 따뜻하게 보내지 못하는 오늘의 청소년들을 바라보았을 때 어떤 작품을 보여주었을까를 생각하였다고 한다. 셔틀보이가 결국 자살을 선택하는 것으로 충격적 결론을 냈다가 국가 공공 공연기관인 관계로 제지당했다는 귀여운 항변(?)도 있었다. 어쩌면, 더 설득력 있는 결론이었을 듯하다.

 

몇 년 전 교편을 잡은 예고 학생들의 문제로 생애 처음 경찰 백차를 타 보았다는 안무가. 그때 그녀가 피부로 느꼈던 청소년 문제에 대한 충격을 함께 고민해 보고 싶었다고 한다.  

 

<빨간구두셔틀보이>는 관람연령 7세 이상을 믿고 가기에는 호락호락한 공연이 아니다. 청소년 문제에 대해 제기는 해 놓았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놓지 않으니 개운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공연도 아니다.

 

하지만, 바라보자, 자꾸 생각하고 이야기해 보자라고 청소년과 어른들, 사회에 외치고자 하는 현대무용의 새로운 시도로는 훌륭했다. 또한 이번 주 공연뿐 아니라 내정된 11월 공연까지 그 모습은 계속 변화하고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하니, 앞으로 더욱 주목해 볼 만한 공연이 아닐까 싶다.

 

* 국립극장 빨간구두셔틀보이

http://www.ntok.go.kr/www/playinfo/play_guide/play_info/

play_monthinfo/playInfo/playInfoView.do?play_seq_n=3102

 

글,사진│ 2기 통신원 김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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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여성가족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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