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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제일 잘한 일] 응원하고픈 성매매 피해자 여성들의 자활이야기

토모케이 2015. 12. 14. 16:18

 

 

특별한 책을 만났습니다.

착취당한 성매매 피해자들의 이야기이기에 적극적인 개선을 위해 참여하기 보다는 회피하는 일에 익숙해져 버린 저에게는 선뜻 마음이 가는 책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내가 만난 샨티 출판사의 <내가 제일 잘한 일>은 따뜻하고 희망적인 이야기였습니다.

 

몰랐던 이야기지만 이 책은 2008년에 쓰여진 <<축하해>>라는 책의 연속작으로 앞의 책이 주인공 여성들이 성매매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그렸다면, <<내가 제일 잘한 일>>은 그녀들이 각자의 삶의 주인공으로 거듭나는 자활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합니다.

시간을 내어 <<축하해>>라는 책 또한 만나고 싶습니다.

 

책은 크게 9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7명의 성매매 피해 여성들의 자활 이야기가 들어 있습니다.

 

필력을 자랑하는 MBC 라디오 '여성시대'의 작가, 박금선 작가가 구성하였다는 것만으로도 내용이 자못 기대가 되는 책이기도 합니다.

 

01 평범에 대한 고찰 부분은 홍대 앞 커피 전문점에서 두 여성이 만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두 여성은 얼핏 평범해 보입니다. 

평범해 보인다는 말은 평범한 삶을 사는 수지에게는 별로 좋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말이었고, 성매매 피해자였던 올리브에게는 꿈같은 단어로 들리는 말이었습니다.

한 할머니집에 입양된 올리브는 어릴 때부터 학대를 받아왔고 집을 뛰쳐나와 가출팸에 들어가게 되며 성매매업소에 붙잡히는 수순을 걷게 됩니다.

이 부분에서 청소년들이 정당하게 일하고 대가를 받을 수 있는 일자리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부분도 안타깝더군요.

물론 어린 학생들은 학교에서 공부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지만, 모든 이들의 사정이 같을 수 없다면 그들이 필요로 하는 부분부터 채워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성매매 피해자들을 위한 상담소 활동이 꽤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02 엄마와 내 안에 있는 괴물에게 커피 한 잔 부분은 편지글 형식입니다.

잘하기만을 바라던 엄마에게 엇나가기만 하던 소녀가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엄마, 나는 이상하게 뭔가가 늘 부족했어. 그건 외롭다는 느낌 같은 거야.

-엄마가 내 노력을 무시하니까, 기운이 쑥 빠지더라. 그래서 다시 나온 거야. 그러고는 여태까지 집에 안 들어간 거지.

- "나는 너를 아꼈는데' 이런 말만 하지 말고, "나는 나 자신을 아낀단다. 그러니 너도 너 자신을 아끼렴'하고 말해주면 좋겠어.

 

저 또한 이제 막 사춘기에 들어서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다 보니 비단 성매매 피해 경험 여성들만의 이야기만은 아닌 것으로 들렸습니다. 마음이 아팠고, 나는 아이에게 외로움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03 잔소리쟁이 여자들과의 동거 부분은 쉼터에서 적응을 시작한 여성의 이야기입니다.

타성에 젖은 사람이, 한 번도 자기 힘으로 살아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스스로 서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느끼게 해 주는 부분인데, 솔직히 읽으면서 관련 상담소분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네요.

억지를 부리는 것에 익숙해진 사람들을 배려하고 바로 이끈다는 일은 저 같은 사람은 생각하기도 싫은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들에게 때로 잔소리쟁이가 되고 그들과 함께 기뻐하고 눈물 흘리는 분들은 정말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듭니다.

 

04 나를 지켜주는 딸과 오뚝이 부분은 자활에 성공해 노인케어센터의 상담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폭력 남편에 의해 딸이 죽음을 맞은 여성의 이야기입니다.

살기 위해 선택했던 일이, 작은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 벗어나지 못하게 되는 성매매 현장의 현실을 여실히 드러내 보이는 것과 동시에 의미있는 일을 시작함으로써 가치 있는 삶을 계속해 나갈 수 있는 힘이 성매매 피해 여성들에게 여전히 있음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 한 사람을 돕는 것은 지구에 사는 모든 사람을 돕는 거나 마찬가지래.

- 나는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귀하고 소중하기 때문이다.

- 내일 아침에는 다시 오똑 일어서면 되니까.

 

05 언니들의 생각, 들여다보기 부분은 간단한 질문들을 통해 평소 성매매 피해 여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에 생각해 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의외로 '과연 그럴 수 있을까'라는 생각들이 많이 드는 질문들이 많았습니다.

 

06 1년 반 전 나는, 지금 나는! 부분은 자활에 성공한 여성이 1년 반 전의 자신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을 하나 하나 비교해 본 글입니다. 정말 짧은 시간 안에 그 상황이 이렇게 변할 수 있는 것이란 사실이 무엇보다 놀라웠습니다. 자신에게 해를 주는 사람들을 바로 보게 되었고, 그 상황를 벗어나기 위한 방법을 알아가는데는 정말 작은 도움, 작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어쩌면 우리의 작은 관심도 힘이 될 지 모릅니다.

 

07 내 마음대로 사전 부분은 수학이나 국어, 사랑, 아빠라는 단어 등에 개인적인 경험을 덧붙여 이야기를 합니다. 어디 있는지 모르는 엄마와 성학대를 한 아빠와 아빠의 친구들, 안쓰러운 동생의 이야기 등이 나옵니다. 특히 사전이라는 형식을 빌은 주인공이 정신지체가 있는 사실을 쉼터에 와서야 확인한 것이 충격적입니다. 그러에도 열심히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은 동생에게 이해를 받으며 새 삶을 꾸려나가고 있어 감동적입니다.

 

08 '했더라면 섬'을 떠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륙'에 도착하다 부분은 영등포에서 가출한 소녀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자신의 이야기를 해 주는 여성의 이야기입니다.

 

- 사람은 누구나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고,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은 법이니까, 분명 이 아이들도 생각할 시간만 있으면 전과는 다른 생활을 꿈꾸게 될 것이다.

 

가출하여 성매매 업소에서 일하게 되었지만 상담소를 통해 그곳을 탈출하게 되고 억울하게 물린 채무를 변제않게 된 실질적인 증언이 이야기에 무게를 실어줍니다. 또한 그녀가 좋은 남편을 만나게 되고 임신까지 하게 되는 일은 또 하나의 희망이 됩니다. 또한 더 나은 삶을 다른 이에게 나눠주려고 하는 그녀의 의지에 박수를 보내게 됩니다. 드디어 그녀는 바깥일에 무관심한 우리보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Q&A는 매우 실제적인 정보가 요약되어 있습니다.

성매매특별법이 무엇인지, 그 의미가 무엇인지, 탈성매여성들이 겪는 어려움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서뿐 아니라, 긴급 구조 전화번호와 상담 센터 등의 연락처가 적혀 있습니다.

 

무척 특별한 책을 만났습니다. 의미 있는 책과 함께해서 반가웠습니다.

덕분에 조금은 저의 편견이 누그러지고 저의 세계 또한 넓어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