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이야기/포트폴리오

쉼표,마침표_전국방언말모이

토모케이 2016. 8. 24. 10:27

별빛사투리경연대회로
감동까지 단디 전한 영천 방언


출처: http://www.urimal365.kr/view.jsp?idx=10531


“반갑심니더. 지는 일본에서 시집와 가 시어마씨 모시고 하남면에서 살고 있심더… 한국에 오기 전에 한국말 많이 배워가 왔는데예, 서울말 많이 배워가 왔는데예, 여 오니까 영천 말 하나도 못 알아듣겠는게예. 큰일 났다 싶어가 사전을 한 자 한 자 찾아보는데, 사전에 안 나오는 거 있지예.”

 

“영천사투리 홍챈다.”를 주제로 재미나게 이야기를 들려준 다문화 가정 미즈노 지에코 씨의 일화에 모두가 미소를 짓는다.

지난 5월 20일 ‘제1회 별빛사투리경연대회’가 영천교육문화센터에서 열렸다. 이번 대회에는 초·중·고 학생부터, 일반인, 다문화 가정을 이룬 국내 거주 외국인 등 다양한 28개 팀이 참여했다. 특히 이번 경연대회는 전통적인 이야기만이 아니라 영천 지역의 방언을 소재로 한 폭넓은 주제들로 구성되어 영천 지역의 장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번 ‘별빛사투리경연대회’를 통해 점차 사라져 가고 있는 정감 있고 구수한 영천 방언을 보존하자는 여론이 높아지는 계기가 되었다고 하니 뜻깊다.

아이고, 어이 지냈능교? (45분 15초 시작)

방언 대사
표준어 풀이

할매1: 아이고, 이게 누고? 디게 오랜마이데이.

할머니1: 아이고, 이게 누구입니까? 정말로 오랜만입니다.

할매2: 아이고, 어이 지냈능교?

할머니2: 아이고,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할매1: 내사 마, 몬 죽어 사니더.

할머니1: 나야 뭐, 죽지 못해서 살고 있습니다.

할매2: 자는 우짠 일잉교?

할머니2: 장에는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할매1: 자요? 요새 밥맛도 없어 가지고 마 묵는 둥 마는 둥 해 가지고,
            그렇다고 집에 찍어 물 기 하나 있나 그래가 자 한번 나와 봤니더.

할머니1: 장에요? 요즘 밥맛이 없어서 뭐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해서,
            (그렇다고) 집에 집어 먹을거리가 하나도 없어서 그래서 장에 한번 나와 봤습니다.

할매2: 아이고, 그르니껴. 요새 봄을 타는 동 마카 입맛이 없다카네요.

할머니2: 아이고, 그렇습니까. 요즘 봄을 타는 때인지 다들 입맛이 없다고 하네요.

할매1: 그카재. 우리 이리 오랜만에 만냈는데 저짜 고재기 가가 물국시 하나 무시더.

할머니1: 그렇지요. 우리 이렇게 오랜만에 만났는데 저쪽 골목에 가서 물국수라도 하나 먹읍시다.

할매2: 그랍시다. 질 단디 건너소. 차 오고마요.

할머니2: 그럽시다. 길 확실하게(야무지게, 조심히) 건너가세요. 차가 옵니다.

할매1: 예, 예, 단디 건너소.

할머니1: 예, 예, (저도 조심할 테니) 조심히 길 건너가세요.

할매2: 다 왔구마. 아지매요, 여 국시 한 그릇 좀 말아 주소. 두 그릇 맛있게 좀 말아 주소.

할머니2: 다 왔습니다. 아주머니(아줌마), 국수 한 그릇 좀 말아 주십시오.
            (국수) 두 그릇 맛있게 좀 말아 주십시오.

할매1: (후루룩) 아따, 그래도 국시 잘 넘어가네.

할머니1: (후루룩) 아 그래, 그래도 국수는 잘 넘어가네.

할매2: 그런교. 자시고 나이 배는 부린교?

할머니2: 그러세요(그래요). 드시고 나니 배는 부릅니까?

할매1: 아이고 마이 무따. 아이고, 배부리데이.

할머니1: 아이고, 많이 먹었다. 아이고, 배가 부릅니다.

할매2: 아지매요, 여 국싯값 얼맨교?

할머니2: 아주머니(아줌마), 여기 국숫값이 얼마입니까?

할매1: 와 이카노? 그라지마. 내가 낼 긴데, 무신 돈이 있다고 이카노?

할머니1: 왜 그렇습니까(왜 그래)? 그러지 마. 내가 사야 하는데, 무슨 돈이 있다고?

할매2: 어버이날이라꼬 아들이 와가 쪼매 주고 갔니더.

할머니2: 어버이날이라고 애들이 와서 조금 주고 갔습니다.

할매1: 그래? 함 보자. 아이고, 돈 흐릴라. 단디 챙기라.

할머니1: 그래? 한번 보자. 아이고, 돈 흘리겠다. 확실히 챙겨야 한다.

할매2: 아지매요. 국싯값이 얼매니껴?

할머니2: 아주머니(아줌마), 국숫값이 얼마입니까?

할매1: 아이고 우리 손들은 안 왔다. 자식 키아 봐야 마카 헛기라. 우리 건강이 최곤기라.

할머니1: 아이고, 우리 자식들은 안 왔다. 자식 키워 봐야 모두 헛일이다. 우리 건강이 최고다.


-최우수상을 받은 ‘영천시장에서’의 대사 중에서-

이번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조경숙(67), 김명희(59) 씨 팀의 영천 장날 만난 할매들의 이야기이다. 생활 속에서 즐기는 영천 방언의 매력을 고스란히 전해 준 무대였다.

위에서 소개된 대사에서 알 수 있듯이 영천 방언은 ‘-능교?’로 끝나는 인사말에서부터 그 특색을 보인다. ‘경북방언의 지리언어학’의 저자 김덕호 경북대 교수에 따르면 경북지역 방언은 동남 지역(대구‧경산‧청도‧영천), 동해안 지역(울진‧영덕‧포항‧경주), 서남 지역(김천‧구미‧칠곡‧성주‧상주), 서북 지역(안동‧봉화‧영주‧예천)으로 나뉜다고 한다. 백두현 경북대 교수는 ‘경북 방언의 지역별 특징은 의문문에서 많이 나타난다’며 “말끝만 들으면 지역 구분이 충분히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어디 가십니까?”를 동남 지역 사람이라면 “어데 가능교?”, 서북 지역 사람이라면 “어데 가니껴?”, 서남 지역 사람이라면 “어데 가여?”라고 물을 것이다.

우리 영천 방언이 최곤기라. 단디 챙기라

‘단디 ~하다’란 말도 ‘단단히’라는 뜻을 가진 경상도 방언인데 억양이나 단어가 사뭇 딱딱하다. 하지만 사투리경연대회를 통해 본 ‘단디’는 가까운 사람끼리 ‘확실히’, ‘분명히’, ‘단단히’라는 단속의 의미를 가지면서도 서로를 챙기는 느낌을 주는 정겨운 말이다. ‘홍채다’라는 말도 ‘잊어버리다’, ‘정신이 헝클어지다’라는 뜻으로, “영천 사투리 홍챈다.”라는 말은 영천 방언이 어렵다는 말을 은근히 빗대어 전해 주는 힘이 있다. 영천 방언에는 표준어로 바꾸면 전할 수 없는 영천만의 정서가 있다.

잊혀 가는 영천 지역의 방언이 이번 사투리경연대회를 기회로 그 가치를 더욱 인정받고 발전해 나가기를 함께 응원해 보자.

 

․ 방언 대사 감수: 유운식 대경대학교 교수(2016. 7.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