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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어울림
산돌커뮤니케이션 석금호 대표
영화 ‘잡스’에는 스티브 잡스가 서체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직원을 그 자리에서 바로 해고하는 장면이 나온다. 서체가 스티브 잡스와 같이 미래의 가치를 미리 읽었던 리더들에게는 그 중요성이 컸던 반면 대체로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 척박한 환경 속에서 우리에게 650여 종이 넘는 한글 서체를 개발해온 산돌커뮤니케이션이 있다는 사실은 놀랍고 자랑스러운 일이다. 한글의 가치를 미리 깨닫고 폭넓게 활용하기 위해 애썼던 산돌커뮤니케이션 석금호 대표의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가 말하는 한글 서체의 중요성과 비전에 대해 들어 보자.
한글에 빠진 서체 디자이너 석금호
- Q. 안녕하세요! 바쁘신 와중에도 선뜻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산돌커뮤니케이션과 산돌티움의 대표이사를 맡고 계신데요. 소식지 구독자들에게 간단한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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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돌커뮤니케이션 및 산돌티움의 석금호 대표이사
- Q. 당시에는 생소한 분야였던 서체 디자인을 선택하고 시작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 대학 졸업 후, 가장 먼저 한 일이 리더스 다이제스트의 한글 헤드라인을 디자인하는 것이었습니다. 그곳에서 한글 글꼴에 각별한 애정을 지닌 선배를 만나게 되었고, 그 영향으로 한글 글꼴 디자인에 관심을 두게 되었습니다. 제가 리더스 다이제스트에 근무하던 80년대는 출판을 위해 납 활자를 사용하던 인쇄 기술에서 겨우 벗어나 사진 식자 기술을 사용하게 된 시기였습니다. 그때 알게 된 충격적인 사실은 우리나라가 한글을 인화하는 데 사용하는 한글 사진 식자기를 일본에서 100% 수입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저는 바로 회사를 그만두고 한글 서체 개발을 위한 방법을 모색하게 되었습니다.
- Q. 그 후 바로 서체 개발과 판매에 성공하신 건가요? 그간 개발하신 많은 서체 개발 프로젝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또는 대표작이라 할 만한 것을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 아니죠. 7년간 고생이 참 많았습니다. 꿈은 컸지만, 혼자였고 서체를 팔 시장 자체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1990년대 초 한글 서체를 개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출시되고 수월하게 인쇄할 수 있는 레이저 프린트가 등장하며 상황은 바뀌었습니다. 이때 산돌 60체, 돌체를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의미가 컸던 프로젝트는 LG전자의 전신 금성 소프트웨어에서 개발한 워드프로그램 하나워드와 레이저프린터를 위한 명조, 고딕체의 한글 서체 개발입니다. 한글 서체 개발의 초창기였기에 개발 과정이 쉽지 않았지만 본격적인 한글 서체 개발의 시작점이 되어준 프로젝트였습니다. 그 이후 산돌커뮤니케이션은 본격적인 기업의 형태를 갖추며 자체 한글 서체를 개발하는 일에 집중하였고 서체 개발 신인 작가들의 판로를 열어주는 역할까지 도맡게 되었습니다. - Q. 하나의 서체가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이 무척 궁금합니다. 작업은 어떠한 과정을 통해 진행되며, 보통 하나의 서체를 개발하는 데 얼마의 시간이 소요되는지요?
- 우선 서체의 사용 용도가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출판용, 광고용, 디바이스용인지 그 사용 용도를 파악했다면 그에 따라 기능성을 판단해야 합니다. 읽기 쉬워야 하느냐, 눈에 확 띄어야 하느냐 등을 정하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샘플 작업을 하고 수정 및 보완을 거듭합니다. 최종 결정이 나면 최소한 한 문장 정도를 스케치로 그리고 정밀 작도를 하고 다시 최종 수정 후 컴퓨터로 옮겨서 비로소 스캔하여 아웃라인을 잡습니다. 초성, 중성, 종성의 성격이 결정되고 제일 많이 쓰는 글자를 200자 정도 완성합니다. 그 후 KS표준 2,350자, 유니코드 11,172자, 영문 96자, 숫자, 한자를 확장 개발해 나갑니다. 보통 3~6개월이 걸리는 대장정입니다. 가장 오래 걸린 프로젝트는 삼성그룹의 그룹 서체 13종 16만 자를 개발하는 프로젝트였는데 무려 7년이 걸렸습니다.
한글 서체에 대한민국을 담다
- Q. ‘산돌 광수체’ 부터 ‘산돌 스웨거’까지 근 30년 동안 한국 서체의 발전과 함께해오셨습니다. 기업 슬로건 ‘한글로 한국을 마케팅한다’는 의미와 한글에 담긴 대표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 30년 넘게 한글 서체 개발을 위해 한글을 공부하면서 한글이야말로 우리가 가진 가장 큰 지적자산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한글로 한국을 마케팅한다’는 말은 한글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10년 동안 정기적으로 진행한 강의에서 제가 쏟아낸 말입니다. 많은 사람이 아무런 감동 없이 한글을 대하는 것이 안타까워 한글의 우수성을 알리고 이러한 한글을 만든 사람이 우리의 선배고 리더였음을 강조해 오고 있습니다.
- Q. 영문 서체보다 한글 서체 개발에 있어 좀 더 까다롭거나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까? 한글 서체만이 가지는 고유의 매력이나 장점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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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돌 고딕Neo1
- Q. 잘 만든 한글 서체가 현대 사회와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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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돌커뮤니케이션의 산돌 공병각 서체가 반영된 홍보포스터
- Q. 한글 서체 개발은 그 자체만으로 의미가 있지만, 다양한 분야와의 협업을 통해 더욱 그 가치를 확장해나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이고, 한글 서체의 전망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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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돌티움이 개발한 바른사회생활 탁상용 달력
산돌티움의 바른사회생활 등 한글 상품개발에도 새로운 희망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한글에 기성세대에게는 추억이라는, 새로운 세대에게는 새로움이라는 감성이 입혀져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 Q. 많은 디자이너와 젊은이들에게 귀감이 되고 계십니다. 이들에게 조언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저는 혜안을 가진 사람이 아닙니다. 오늘날과 같이 서체가 성공적인 사업모델이 될 것이란 확신은 없었습니다. 단지 내가 안 할 수 없어서 시작한 일이었습니다. 한글 사진 식자기를 일본에서 수입한다는 사실이 분했기 때문입니다. 성공과 상관없이 한글 서체에 관한 것만은 타국의 손을 빌리지 않고 우리의 손으로 이루고 싶었습니다.
여러분도 자신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분야에 전념하십시오. 왕으로서 누릴 것이 더 많았지만 도리어 목숨을 위협받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왜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들었는지를 고민해 보십시오. 이 시대의 고민에 귀를 기울이고 가치 있는 일에 힘써 보십시오. 아무리 하찮은 일이라도 자신이 그 가치를 깨닫고 노력할 때 여러분의 가치도 빛날 수 있을 것입니다.
- 글 _ 박다연
- 사진제공 _ 산돌커뮤니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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