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아이 계시꺄? 북에 갔이어!
시처럼 따뜻한 강화 방언
http://www.urimal365.kr/view.jsp?idx=10685
“순자야, 너… 편안하지야? 너… 평생 가심에 품던 그 사람을 용서하지 못해 미안하다. 너 가심에 품은 그 마음, 용서하지 못해 미안히야. 그리고… 내 가심에 품은 옹졸한 사랑을… 용서해라.”
이달 서울 동국대 이해랑예술극장에서 막을 올린 연극 ‘사랑별곡’에서 주인공 박 씨(이순재)가 읊조린 대사입니다. ‘사랑별곡’은 강화도의 한 시골 장터를 배경으로 하여 우리네 부모님의 정(情)과 한(恨)의 정서를 군더더기 없이 그린 작품으로, 특히 강화도 방언으로 풀어낸 시적인 대사로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강화도 방언’이라고 하면 “강화도에도 방언이 있어?” 하고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서울과 인접한 인천 강화도 지역에도 방언은 존재합니다. 표준어의 지역적 기반인 서울 방언과 차이가 거의 없고 서울 말투와 비슷하긴 해도, 경기도 방언은 지역마다 조금씩 다른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표준말 / 강화 방언
안녕하세요(안녕하십니까)? / 안녕하시꺄?
오셨습니까? / 오셨이까
(안에) 계세요(계십니까)? / (안에) 계시꺄?
계십시오 / 기시겨
오세요(오십시오) / 오시겨
갔어요 / 갔이어
표준말 / 강화 방언
어머니 / 어머이
아버지 / 아버이
누이 / 누아이
할아버지 / 할아버이
할머니 / 할머이
외삼촌 / 오삼춘
아주머니 / 아주머이
외할머니 / 오잘머니
외할아버지 / 오자라버지
표준말 / 강화 방언
부엌 / 붘
지붕 / 지봉
아궁이 / 아궁
기둥 / 지둥
주춧돌 / 집돌
가겟방(상점, 점포) / 각방
일반적으로 경기 북부(서울 포함) 방언은 끝을 부드럽게 맺는 경향이 있고, 경기 남부 방언은 북부 지역의 억양에 비해 말의 끝이 약간 올라가는 특징이 있었으나 현재는 그 차이가 희미해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위 비교에서 알 수 있듯이 강화도 방언은 표준어와 비슷해 보이면서도 확실한 차이를 나타내는 어휘들이 가득합니다. 특히 가족과 집에 대한 강화 방언에는 강화도만의 정감이 담겨 있어 더욱 매력적입니다.
《경기도 사투리 연구》의 저자 김계곤 교수는 〈경기도 방언 채집-강화군 화도면 방언〉이라는 논문에서 강화군 화도면 지역의 특징을 6가지로 정리하여 강화 방언만의 특징을 더욱 잘 보여 주고 있습니다.
첫째, 미래나 추측을 나타내는 ‘-겠-’이 항상 ‘-갔-’으로만 나타난다.
예) -겠어요/-갔어요: 소문이 있지 않갔어요
둘째, 모음 ‘ㅓ’가 ‘ㅡ’로 발음되는 경향이 있다.
예) 거짓말/그짓말, 어른/으른
셋째, 매개 모음 ‘으’가 ‘이’로 발음되는 경향이 있다.
예) 집으로/집이로, 없으니까/없이니까
넷째, ‘ㄴ’이나 받침 ‘ㅇ’, ‘ㄹ’ 등이 탈락하는 현상이 있다.
예) 젊은이/젊으이, 냉이/내이, 산골짝/산고짝
다섯째, 소리가 첨가되는 경우가 있다.
예) 개울/갱굴, 나중/낭중, 모르다/몰르다
여섯째, ‘ㄱ~ㅁ, ㅂ~ㄱ, ㄱ~ㅇ, ㄴ~ㅁ, ㄱ~ㄷ’ 등이 서로 뒤바뀌어 발음되는 경우가 있다.
예) 아침/아칙, 대접/대적, 고장/고작, 혼자/홈자, 언뜻/언뜩
강화도는 고려궁지, 참성단, 정수사 등 문화 유적이 가득하고, 서해와 수려한 섬들이 사면에 펼쳐져 있는 곳입니다. 변화무쌍한 자연환경 속에서 그 아름다움에 감사하며 가족 간, 이웃 간에 나누어 온 정과 언어가 어찌 아름답지 않을까요? 한 편의 시처럼 아름다운 강화 방언의 매력에 다시금 빠져 봅니다.
‘강화도 방언’, 강화로닷컴
http://www.ghtv.kr/index.php?mid=i9&listStyle=list&document_srl=386
김계곤, 《경기도 사투리 연구》, 도서출판 박이정,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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