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이야기/백스테이지(100%STAGE)

a형 노총각의 엽기 러브스토리, <마이 스케어리 걸>

토모케이 2009. 4. 1. 18:26

 

 

 

a형 순진남의 엽기 러브스토리, <마이 스케어리 걸>

뮤지컬 <My Scary Girl>를 보고나서

 

 

영화 <달콤, 살벌한 연인>을 원작으로 하는 국내 창작 뮤지컬 <마이 스케어리 걸>은 2008년 7월 대구 공연을 시작으로 국내 무대에서 호평을 받기 시작했다. 미국 등 해외무대에서 국제적인 성공가능성을 과시하며 먼저 작품성을 인정받고 국내 공연을 시작한 것이다.

 

그 <마이 스케어리 걸> 공연이 올해 3월 6일부터 서울공연을 열었다. 생소한 영문제목이고, 이미 익숙한 해외 유명 뮤지컬 공연제목이 아니어서인지, 작품 자체보다는 여러 드라마,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에서 사랑을 받고 있는 신성록이 주연을 맡은 뮤지컬로 더 유명세를 타고 있었다.

 

국내 창작 뮤지컬이라는 점에서 매우 관심을 갖던 중, 서울 공연이 열리는 곳이 바로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랙이었다. 신당역에서 가까워서, 즉 우리집과는 이동거리가 멀지 않아 선뜻 보러 갈 수 있었다. 

 

 

공연장에 들어서자 마자, 뮤지컬 포스터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는 것을 보고 공연기획자의 센스를 엿볼 수 있었다. 공연장은 대체로 청결한 편이었고, 1층의 커피전문점과 구석구석의 자판기로 편의시설을 마음 편히 이용할 수 있었다.

 

아이를 지하 2층에 있는 놀이방에 맡기고 공연을 보러 갔다. 객석은 앞으로 돌출된 무대를 중심으로 둥글게 배치되어 있었는데, 배우와 관객의 호흡은 더 가깝게 느낄 수 있을 지 몰라도 측면에 앉으면 시선을 전체적으로 둘 수 없어 과연 뮤지컬 무대에 적합한 곳이었는지는 의문이다. 적나라하게 보이는 먼지도 그렇고^^;;

 

 공연은 막을 통한 그림자를 통해 시작되었다.

 

- 김치냉장고 속엔 무엇이 들어갈 수 있을까? -

- 달콤한 대우와 살벌한 미나를 김치냉장고에 넣어볼까? - 

 

<사진출처: 마이 스케어리 걸 홈페이지>

 

다소 산만하고 이해되지 않는 전개로 독특한 캐릭터가 잘 살지 못했던 원작 영화와 달리

뮤지컬은 김치냉장고라는 오브제를 통해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이 흥미롭다.

하나의 평범하고 사소한 사물을 통해 이야기는 꼬이고 사랑스럽고 살벌해진다.  

 

서른 살이 다 되도록 제대로 된 연애한번 못해 본 대학 영어강사 대우는 우아하고 책을 좋아하는(?) 미나를 만나 한눈에 반하게 된다. 그러나 그녀는 전 남편 둘과 동거남, 같이 사는 장미의 남자친구까지 죽인 살인자. 그 사이에서 대우와 미나가 서로 사랑을 하게 되고, 사실을 안 두 주인공이 헤어지게 되는 과정이 사랑스럽고 또 안타깝게 전개된다.

 

영화  <달콤, 살벌한 연인>은 박용우의 캐릭터만이 돌출된 독백이었다면, 뮤지컬 <마이 스케어리 걸>은 두 주연뿐 아니라 코러스로 나오는 멀티맨 1, 2, 보이지 않는 곳의 음악밴드에 이르기까지 극을 아우르고 버무린다.  

 

이러한 아우름의 힘은 배우 개개인이 최고의 역량을 가지고 있다는 뜻도 되지만, 뮤지컬이 인물들의 개연성을 살리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영화에서는 의미없이 동거중이었던 장미가 뮤지컬에서는 미나가 떠난 후 남겨질 아파트 때문에, 영화에서는 젊은 여인네가 아무 의미없이 살인청부업을 했던 것이 뮤지컬에서는 운명적으로 남편의 폭력과 탐욕에 복수한 아내라는 개연성으로 캐릭터를 살려주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영화의 대사와 거의 흡사하면서도 뮤지컬의 인물들은 더 사랑스럽다. 뮤지컬 제너두의 조선아 음악감독을 비롯한 쟁쟁한 국내외 크리에이티브 팀의 노력이 만들어낸 음악이라는 힘 때문이다.

  

 <사진출처: 마이 스케어리 걸 홈페이지>

 

이번 공연의 즐거움은 또 새로운 배우들과의 만남이다. 물론, 모든 배우들이 매력적이겠지만, 뮤지컬 <마이 스케어리 걸>을 통해 배우 김재범을 알게 된 것은 행운이다. 신성록의 여린 고음도 즐겁지만, 김재범의 열정과 캐릭터에 빠지는 연기력도 눈부셨다. 큰 감동의 물고를 트게 하는 잔잔한 파고의 배우이다. 다른 배우들과의 호흡을 맞추며, 그렇다고 자기의 색을 놓치지도 않고 잔잔하게 또 차분하게 캐릭터를 발현해 냈다고 생각한다.

 

- 그대 한번만 키스해 주세요. 내 첫사랑 되주시겠어요. -

 

관객들은 환호를 하며 진심으로 박수를 쳤다. 많은 관객들이 나가면서 기대를 안 했는데 너무 재미있었다고 말한다. 극 전반에 재미를 놓치지 않고 한국문화의 위트를 살린 본 공연의 매력. 바로 국내 창작뮤지컬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공감대였을 것이다. 첫사랑의 추억이 들춰진 듯, 아직도 흥분된 감정이 식지 않는다.

 

첫 사랑. 당신의 첫사랑이 아무리 무시무시하더라도 당신에겐 그렇게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것이겠지요...

 

 

p.s. 충무아트홀은 정말 관객이 편한 공연장인 것 같다. 나 같은 유부녀도 마음 편히 갈 수 있으니 말이다. 지하 2층의 보기 드문 공연장 놀이방 시설 사진을 몇 장 추가한다. 물론 관람객들은 무료다. 아이가 놀이방에 다시 오자고 하니, 조만간 라디오스타도 보러 와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