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은날씨에도 불구하고 LG아트센터 로비는 관객들로 가득 차 있었다. 아시아 최초로 무대에 오르는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를 보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다. 영화의 감동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 엘튼 존의 뮤지컬 음악을 기대하는 사람들, 3년여의 사전제작기간을 거친 뮤지컬에 대한 소문을 듣고 온 사람들, 한국의 빌리를 가장 먼저 만나보고 싶어 온 사람들... 그들 모두 3시간의 공연이 끝났을 때는 벅찬 가슴을 안고 환호와 박수를 무대에 보내며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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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
공연기간: 2010.813~OPEN RUN
공연장소: LG아트센터
공연시간: 평일 8시(월요일 공연 없음), 주말 및 공휴일 2시, 7시 30분
관람등급: 8세 이상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http://www.musicalbillyelliot.co.kr
줄거리가 분명해지고, 희망은 더 커진 무대_
이번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처럼 뮤지컬 명장의 이름이 많이 붙는 작품도 드물 것이다.
<라이언 킹>, <아이다>의 천재 음악가 엘튼 존은 말할 것도 없고, 연출에 스티븐 달드리, 작가 리 홀, 브로드웨이 현지 크리에이티브 팀까지 명실상부 드림팀의 한국 입성이다.
그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작품이란 생각이 들지만, 막상 내가 이 뮤지컬을 보러 가게 된 이유는 어찌 보면 소박한 한 소년의 성장스토리에 있다.
실제 영국 북부 탄광촌 출신의 로얄발레단 댄서 필립 말스덴의 실화가 모티브가 되었다고 하는데, 뮤지컬의 바탕이 된 영화 <빌리 엘리어트>에서는 영국의 세계적인 안무가 매튜 본의 남성무용수를 위시로 한 ‘백조의 호수’가 중첩되어 파격적이고 힘 있는 소년의 성장과 변화를 보여준 바 있다.
권위적인 아버지 탓에 억지로 권투 연습을 하던 빌리는, 윌킨슨 부인의 발레수업을 우연히 듣게 된다. 무용에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빌리. 그러나 가부장적인 아버지와 다혈질의 형은 빌리의 중요한 왕실발레스쿨 오디션을 막는다.
가난, 어머니의 부재라는 문제를 안고 있는 소년은, 남자 무용수가 호모로 오인 받던 1980년대라는 시대적인 혼란, 남자는 무조건 남자다워야 한다는 가부장적 사고에 다시 한 번 상처받는다. 희망은 없는가. 하지만 무대는 소년이 자신의 꿈을 깨닫는 순간, 희망은 있다고 이야기한다.
어느 덧 성탄절, 텅 빈 체육관에서 자신의 열정에 못 이겨 혼자 춤을 추는 빌리. 이를 우연히 본 아버지. 아버지는 자식의 꿈을 위해, 내일을 위해 파업을 포기한다. 아버지의 헌신 위에 빌리는 왕실발레학교에 입학할 수 있게 된다.
‘더 큰 세상 더 빛나게 날 수 있어. 별이 될 지도 모르지. 그건 나만이 해줄 수 있어. 그건 나만이 해 줄 수 있지. 더 큰 세상 더 빛나게 우리와는 다르게 우리가 그 기회를 줘야 해. 우리가 그 기회를 줘야 해.’
무대는 빌리가 과거의 희생 위에 미래의 기회를 얻고 떠나는 것으로 그 감동어린 피날레를 맞이한다. 우리의 미래가 그렇듯이 말이다.
우리의 재능, 우리의 정서로 완성된 세계적인 뮤지컬_
우리가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를 사랑하는 이유는 모든 희망 아래 바로 가족이 있기 때문이다. 가족은 우리의 정서 가장 근본적인 곳에 자리하고 있다. 우리의 빌리 엘리어트가 더 따뜻하고 감동적으로 표현될 수 있는 있는 이유는 바로 이것일 것이다. 엄마를 그리는 The Letter에서 관객 모두가 공감하며 눈물지었던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다.
우리의 재능도 빛났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성공을 가장 크게 좌지우지한 요소는 물을 필요도 없이 빌리 역을 하는 소년의 재능일 것이다. 발레 역사도 짧은 우리 현실에서 무모한 도전일 수 있었다. 영화에서라면 씬마다 교정을 하고 편집을 하면서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겠지만, 무대는 감춤이 없다.
3년 전 변성기를 거치지 않은 9~13세의 소년을 모집하는 공고를 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최종 오디션 동영상이 공개된 바 있지만, 무대 위의 그들을 찾을 때 설렘보다는 우려가 앞선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첫 안무부터 벌려진 입은 다물어지지 않았다.
내가 본 것은 임선우 군의 무대였는데, 1막 하이라이트인 철재구조물 위에서 긴 그림자를 드리우며 이루어진 Angry Dance가 끝나자마자 공연팸플릿에서 그의 프로필을 살펴봐야 할 만큼, 탭댄스의 매력이 한껏 표현되면서 대단한 박력을 가진 춤이었다.
사실 음악 자체는 너무 기대를 하고 가서인지 딱 기대만큼의 감흥을 받은 듯하다. 개인적으로는 작은 체구를 가진 배우들을 커버하고 무대의 역동성을 높여준 무대장치와 놀라웠던 어린 배우들의 재능에 갈채를 보내고 싶다.
어린 배우들이 주연인 만큼 또래 관객들의 참여와 호응이 높은 것도 이 공연의 큰 장점인데, 이번 추석 연휴기간이 긴 만큼 한 번쯤 쌈지돈을 꺼내 온 가족이 함께 꼭 한 번 보러 가라고 추천해 주고 싶은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이다.
여담 한 가지 더,
2년여의 원작사 설득 끝에 ‘비영어권 첫 무대로 한국을 성사’ 시킨, 매지스텔라 문미호 대표는 첫 질문으로 “한국에 발레를 하는 소년들이 많이 있나요?”라는 말을 들었다. 그때 그녀는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대한민국 아이들을 믿는다!”
글│여행상자 2기 통신원 김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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