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버려지는 아이디어와
정부 캠페인의 아쉬움을 담아
대형마트 식품기부함을 소개한 바 있다.
이번에는 그에 이어 약국의 폐의약품수거함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들의 생각이 세상을 바꾸길 바란다.
- 조제약으로 인한 토양, 하천 오염? <폐의약품 수거함>
여자들은 화장품도 화학품이라고 해서, 기초화장을 할 때는 되도록이면 같은 브랜드 같은 라인을 많이 쓴다. 그런데, 약국에서 처방받고 남은 약에 대해서는 화학약품이라는 생각을 거의 못하고 그냥 쓰레기통에 버리거나 싱크대에 흘려버리기 일쑤이다.
얼마 전까지 나 또한 새로 타온 약을 나눠 담으려고 새 통을 만들기 위해, 또는 아무 생각 없이 편하다는 이유로 이러한 행동을 저질렀다.
하지만, 남은 조제약의 경우 명백한 화학약품이기 때문에, 일정 수순을 밟아 폐기되어야 한다고 한다. 생각해 보니 맞는 말이 아닐 수 없다.
나에게 이러한 생각을 일깨워준 것이 바로 약국의 폐의약품수거함이다.
폐의약품수거함은 “가정에서 배출되는 폐의약품이 하수도에 버려지거나 생활쓰레기로 배출되어” “항생물질 등이 하천이나 토양 등에 잔류하여 장기적으로 노출 시 생태계 교란 및 어패류, 식수 등을 통해 인체에 영향을 줄 우려”를 막고자 환경부 주체로 2008년 4월에 서울, 2010년 올해부터 전국 보건소·보건지소·약국을 통해 회수·처리시범을 실시하며 마련된 수거함이다.
폐의약품수거함은 약국에서 약을 조제 받는 사람들이라면,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어 다른 아이디어에 비해 잘 알려진 축에 속한다. 그러나 아직은 약이 화학약품이라는 생각이 부족한 듯하다. 약국의 폐의약품수거함의 수거율은 점점 떨어지고, 수거함의 위치도 점점 한쪽으로 밀려나고 있다.
- 홍보와 보상, 건강알리미로 다시 서야...
며칠 전 다음뷰에 한 약사가 조제약 남은 것을 가지고 와서 환불을 요구하는 손님사례가 있다고 해서 화들짝 놀란 적이 있다. 개인별로 맞춤한 약품이고, 유통기간 등이 얼마나 된 약인지, 오염이 되었는지에 대해 알 수 없어 환불이 불가하다는 약사로서 억울한 자신의 처지를 토로한 글이었다.
많은 부분을 수긍하며 이야기를 읽던 중, 이 이야기가 도리어 폐의약품수거함의 해결책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데리고 대학병원에 자주 다니는 나는 약을 짧게는 일주일 치, 길게는 한 달 치를 처방받을 때가 있다.
이유인즉, 잘 낫지 않는 알레르기성 질환인데다 쓰는 약이 매우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약을 먹고 호전되어 약을 끊게 된 후, 다시 같은 증상으로 아이가 아프게 되면 그 남은 약을 다시 먹이고 싶은 유혹이 생긴다.
그러나 조제약에는 대개 유통기한이 표시되어 있지 않다. 아플 때만 쓰라고 준 안약을 기간이 너무 오래 지난 것 같아 쓰기 난감한 적도 있었다. 약국에서 소량의 약을 줄 때도 정확한 약품명, 유통기한이 표기되어 있어야 하겠다.
환자가 그 약의 이름과 유통기한을 알고 있다면, 같은 증상으로 다음 병원 방문 시 어떠한 약이 얼마큼 남아있는지를 의사에게 고지할 수 있다. 불필요한 약을 처방받지 않으니, 조제약 처방비도 줄이고 폐의약품을 근본적으로 줄일 수도 있는 방법이겠다.
또한 유통기한이 마감된 조제약을 폐의약품수거함에 넣는 사람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해 주었으면 한다. 현재 서울시에서 진행되고 있는 에코마일리지에 해당사항을 포함시켜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가정 내 줄인 온실가스배출량에 따라 녹색필수품을 나눠주는 에코마일리지에, 하천보호를 할 수 있는 가정 내 폐의약품수거도 포함시켜 실적에 따라 조그만 비상약통, 체온계 등을 나눠준다면. 조제약 환불을 요구하는 어이없는 일도 줄고 자발적인 참여도 늘어나리라 생각된다. 물론, 약사회가 캠페인에 적극 동참하여 후원해 준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지만 말이다.
- 무엇보다 약을 다 먹어도 약국에 가는 습관이 먼저!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이 맞다. 병원에서 쓰고 남은 대량의 폐의약품을 함부로 하수도나 휴지통에 버린다면 우리는 광분할 것이다. 우리도 우리의 장기적인 건강을 위해서 가정 내 폐의약품을 폐의약수거함에 버리는 것이 맞다. 의약품이 화학약품이라는 의식을 갖고, 폐의약수거함을 이용하는 것을 습관화하는 것이 급선무겠다.
글,사진 │ 여행상자 2기 통신원 김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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