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이야기/女행상자 통신원

[스크랩] 남편을 죽이는(?) 발칙한 상상, 뮤지컬 <시카고>

토모케이 2010. 1. 14. 16:14

- ♪죽어도 싸지~죽어도 싸지~♭ 꽃 같은 나를 짓밟았으니... ♬

 

범죄와 유흥이 넘치는 도시 시카고를 무대로 한 록시와 벨마의 뜨거운 불륜, 탐욕, 살인소동. 뮤지컬 <시카고>가 인순이, 최정원, 옥주현, 남경주의 스타부대를 이끌고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지난 일요일(1월 10일) 올해 첫 막을 올렸다. 제멋대로에 욕심꾸러기지만 자기감정에 충실한 록시와 벨마의 통쾌한 이야기야말로, 주부들의 억눌린 감정을 한 방에 터트려줄 것이다. 뮤지컬 <시카고>는 다음 달 말일까지 계속된다.

 

 

 

 

> 브로드웨이의 무대, 한국어로 전달되는 대사의 감칠맛

 

1926년 연극을 시작으로, 1975년 뮤지컬 초연을 거쳐 오늘날까지 <시카고(Chicago)>는 연극, 영화, 뮤지컬 등 다양한 형태로 사랑받아왔다. 모두 2002년 르네 젤 위거와 캐서린 제타 존스 주연의 영화 <시카고>를 기억할 것이다. 뮤지컬 <시카고>도 그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벨마가 All That Jazz를 부르는 사이, 코러스 걸 록시 하트가 자신을 버리려는 불륜 상대를 살해하는 장면으로 극은 시작한다. 결국 록시는 쿡 카운티 여죄수 교도소로 가게 되고, 그곳에서 언론을 통해 석방되어 스타가 되려하는 벨마와 돈 밖에 모르는 변호사 빌리를 알게 된다.

 

감옥의 생리를 알게 되고, 언론을 통해 스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록시. 그녀는 빌리에 의해 각색된 진실을 읊조리며 단숨에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된다. 가짜 임신 소동으로 위기를 벗어난 덕에 남편과는 이혼까지 하지만, 그녀는 스타가 될 생각에 괘념치 않는다. 결국 록시는 무죄로 풀려나지만, 옆 재판정의 총격사건으로 그녀의 유명세 또한 막을 내린다. 그래도 삶은 즐겁다 말하는 록시. 마지막 록시와 벨마가 팀을 이루어 추는 피날레 공연은 이 극의 압권이다.

 

 

<시카고>는 우리가 흔히 뮤지컬에 기대하는 모든 즐거움을 주는 공연이다. 극의 배경은 대부분이 감옥이지만, 화려한 무대, 섹시한 여죄수들, 코러스걸들이 등장한다. 잘 구성된 음악과 안무도 한 몫을 한다. 노래와 안무가 끊이지 않고 쏟아져 나와 극이 지루할 틈이 없다.

 

또한 살인, 관능, 암투, 부패라는 격정적인 요소들이 극 이곳저곳에서 튀어 나온다. 뮤지컬에 그동안 재미를 느끼지 못했던 사람이나 처음 관람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추천할 만한 작품이다.

 

더욱이, 한국공연이 가지는 의미는 하나 더 있다. 대사의 감칠맛. 국내 정상급 스타와의 만남. "내 사랑스런 그 이...!!!..아유, 이 등신! 다 불고 있잖아!" 인순이의 유쾌한 애드리브와 옥주현의 간드러지는 대사에 푹 빠져보시길.

 

> 머리끝이 주뼛! 완벽한 가창력

 

보통 뮤지컬을 가게 되면 기대에 못 미치는 주연급 배우의 가창력에 실망하게 되는 경우가 사실 많다. 한 사람은 잘하는데, 전반적으로 가창력이나 대사 톤이 떨어지는 것도 극의 맥을 딱 끊어 놓는다.

 

그러나 <시카고>의 경우, 노래를 듣다 보면 빠져들게 되고, 이렇게 잘들 부르는데 누구 하나 실수하면 어떻게 될까 하는 엉뚱한 상상까지 하게 된다. 옥주현의 와 인순이&코러스의 등의 명곡들이 공연이 끝난 후에도 입 속을 맴돈다.

 

캐릭터 표현도 재미있다. 록시 역의 옥주현을 처음에는 알아보지 못할 정도였다. 영화 <시카고>의 백치미 흐르고 새침한 르네 젤 위거가 무대 위로 튀어 나온 것 같다. 긴 팔다리로 어쩔 수 없이(?) 좀 더 섹시하고 세련된 록시를 보여주었지만 말이다. 저급한 말이나 푼수 끼 있는 행동들도 망설이지 않고 표현해 이제는 완전히 뮤지컬 스타로 변한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벨마 역의 인순이는 영화와는 관계없이 자신의 색깔이 물씬 담겨 있다. 노련하면서도 관록이 묻어나는 연기를 펼친다. 록시에게 한 팀을 제안하면서 보여주는 동작이나 여자죄수들과 함께 추는 안무들을 모두 훌륭히 소화해 내, 인순이의 나이를 잊게 하는 놀라움을 자아낸다.

 

 

> 비정한 세상, 사랑도 무법천지!

감옥에 갇힌 그녀들의 죄는 모두 사랑의 배신자들을 처단한 데 있다. 그녀들은 말한다. 그들은 죽어 싸다고. 무법한 세상처럼 사랑도 전쟁이니 당연한 복수였다고... 그녀들의 호쾌한 정신이 마음에 든다. 이처럼 이 극은 여자인 우리들에게 호쾌하다. 그것은 항상 사랑에 약자이기만 했던 여자들에게 조금 더 과감한 사랑과 인생의 공식을 던져주었기 때문이다.

 

때론 무죄를 외치던 선량한 멕시코 여인의 사형으로 세상의 부조리함에 같은 아픔을 느끼게 해 준다. 때론 자신을 셀로판지 같이 존재감 없는 사람이라 노래하는 록시의 남편에게 소외된 이들의 측은함을 느끼게 해준다.

 

그러나 뮤지컬 <시카고>는 록시를 통해 역시 인생은 나 자신밖에 없고, 그 길을 가는 우리의 인생은 달콤하다고 말하고 있다. 사랑에 자신이 없고, 자신의 인생에 자신이 없는 이들에게 든든한 격려를 보내 준다. 그것도 Sexy하게~.

 





 글 : 2기 통신원 김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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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여성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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